HRBP는 어떻게 일하는가?

일본 게임 기업 DeNA의 HRBP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HRBP의 일
Apr 11, 2025
HRBP는 어떻게 일하는가?

HRBP(Human Resources Business Partner), HR에 종사하고 계신 여러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용어라 생각합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기업(쿠팡, 야놀자, 토스, 넥슨 등)에서 HRBP를 전사에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국내에는 없는 생소한 개념이라 HR 담당자들 사이에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그 까닭에 HRBP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죠.

HRBP의 개념, 직무 필수 역량과 역할 등 HRBP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좋은 글들은 많기에, 이번 ‘HRBP는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는 2014년에 HRBP를 도입했던 일본 대기업 DeNA(디엔에이)의 사례를 통해 HRBP가 기업에서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HRBP는 어떻게 일하는가?
일본 대기업 DeNA. 일찍이 2014년부터 HRBP를 도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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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A는 1999년에 창립되었으며, AI · 게임 · 자동차 · 의료 ·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일본의 대기업입니다.

DeNA는 왜 HRBP를 도입했을까?

DeNA는 본래 게임 사업과 E커머스 사업이 주축이었으나, 사업 다각화가 추진되고 그로 인해 조직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조직이 확대되면서 조직 운영의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조직이 많아진 만큼, HR 본부에서 각 사업 조직의 현황이나 조직 문제를 자세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죠(2025년 현재, DeNA의 사업은 총 32개).

더불어 회사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사업 리더들의 스타일이나 특성이 다양해져, 리더 간에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가령, 새로 입사한 중간 관리자급 인사가 사업부의 리더를 맡게 되는 경우인데, 조직 문화나 직원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에 이해관계에서 마찰이 생겨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DeNA는 ‘영원한 벤처’를 지향하며 끊임없이 전략을 재검토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문화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전략을 수정할 때마다 조직 구조를 바꾼다면 조직 구성원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들 이유로 인해 각 사업의 리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리더와 함께 논의하여 사업 방향성에 따른 조직의 설계와 운영을 ‘조율’할 역할, 즉 HRBP가 필요해졌습니다.

DeNA에서 HRBP는
사업 성공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HRBP는 CEO나 리더와 협력하여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사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인사 제도를 실행하는 직무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리더의 주문에 따라 채용, 교육 등 인사 관련 실무를 처리하는 직무’로 비칠 수 있지만, DeNA에서는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 인사(Strategic HR)를 실행하는 HR 제네럴리스트’로 HRBP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사와 사업, 경영과 현장, 전략과 실행, 그리고 현재와 미래 — 이런 여러 접점을 넓게 바라보고, 인사 전문가로서 파트너십을 발휘하며 사업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그게 바로 DeNA가 정의하는 HRBP입니다.”

DeNA 인사 본부장 겸 컴플라이언스 · 리스크 관리 본부장, 최대우(崔 大宇)

HRBP는 어떻게 일하는가?
DeNA 인사 본부장 겸 컴플라이언스 · 리스크 관리 본부장, 최대우(崔 大宇)

HRBP는 인사 담당자 그 이상

DeNA에서 HRBP는 단순히 인사 제도 설계, 채용, 인재 육성, 팀 빌딩 등 HR로 조직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사와 경영 양측에 걸쳐, 비즈니스 과제를 리더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멘토, 코치, 파트너입니다.

리더가 비즈니스에 대해 어떠한 방향성을 그리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이 따라오는데, 거기서부터 HRBP의 일이 시작됩니다.

‘그러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인사 정책이 필요할까?’, ‘어떤 인재를 발탁하고 육성해야 할까?’, ‘리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같은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 나가며 구체화합니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리더의 오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리더와 함께 논의하여 비즈니스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HR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는 점입니다.

“리더가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 HRBP는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 ‘인사와 조직 운영 측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리더와 의견이 충돌하거나, 냉정하게 피드백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HRBP는 리더와 함께 고민하고, 리더 안에 있는 답을 끌어내는 파트너입니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리더에 깊은 관심을 두고, 꾸준히 대화하고 공감하고, 진심으로 서포트하며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DeNA 게임 · 엔터테인먼트 사업 본부 HRBP, 야마시타 히로(山下裕大)

HRBP, 비즈니스 문제를 HR로 풀다

위에서 다루었듯이, HRBP는 리더와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논의하고, 조언하는 파트너이자 조력자입니다. 그렇다면 HRBP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그 역할을 수행할까요?

DeNA의 두 가지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HRBP가 리더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비즈니스를 논의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팀 병합 이후의 잡음을 해결하기 위해 리더에게 제안하다

DeNA 게임 사업부가 기획·개발·운영하던 게임을 DGT(DeNA Games Tokyo, DeNA 자회사)로 이관하면서 DeNA 게임 사업부와 DGT가 병합되어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DGT의 게임 개발 디렉터였던 DGT 대표 이사인 카와구치 준(川口俊)은 팀 분위기에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습니다.

DeNA 게임 사업부는 ‘열정적이고 빠르게 게임을 만들어가는 젊은 팀’이었고, 반대로 DGT는 비교적 연령대가 높고 ‘균형감을 중요시하며 안정적으로 게임을 만들어가는 베테랑 중심 팀’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상호 간에 일하는 방식이나 비즈니스 목표에 대해서 서로 의문을 가졌고, 협업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와구치 준은 DeNA가 일하던 방식을 새로운 팀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했습니다. 기존 방식에 적응 못 하는 인원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HPBP인 야마시타 히로(山下裕大)는 카와구치 준에게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먼저 미래를 그려보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려면,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조직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멤버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게 카와구치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인지’ 그려보자고 했죠. 그걸 계기로 킥오프 미팅을 열었어요.”

DeNA 게임 · 엔터테인먼트 사업 본부 HRBP, 야마시타 히로(山下裕大)

아주 재밌게도, 첫 번째 미팅은 술집에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리더와 HRBP가 가치관이 같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제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팀이란 어떤 모습일까?’를 주제로 몇 번의 논의를 거쳤습니다.
HRBP가 생각하는 ‘좋은 조직’의 기준, 가령 ‘팀원끼리 충분히 논의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목표가 명확하게 공유되고 있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그를 이해하고 있다’는 등 팀 빌딩에 대한 생각을 리더에게 전달하고, 리더는 ‘우리 팀은 이런 모습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팀의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 나가면서 팀 전체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고, 팀 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카와구치는 회고했습니다.

HRBP는 어떻게 일하는가?
DGT 대표이사 카와구치 준 & DeNA HRBP 야마시타 히로

직원 리소스에 대한 리더의 고민에 제동을 걸다

DeNA 전사에는 ‘신규 게임 개발에 리소스를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비즈니스 전략이 있었습니다. 기존 게임의 운영보다는 신규 게임 개발에 더욱 힘을 쏟으면서 비즈니스 성장을 꾀하는 것이었죠.

카와구치는 게임 개발 현장에 경험 많고 위기 대응에 강한 인재를 투입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런 인재를 어떻게 합류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지던 중, 야마시타는 쪽지 하나를 카와구치에게 건넵니다.

‘지금 있는 멤버로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
(今いるメンバーでどう勝つか)

HRBP인 야마시타가 보기에는, 전사 비즈니스 전략은 결국 ‘제한된 리소스를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고, 이를 실현하려면 기존 인원들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에, 지금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인재 영입 대신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 성과를 내는 방식을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죠.

“그때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나는 지금 갖고 있는 리소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나 아이디어를 내는 걸 조금 게을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반성이 들었거든요.”

DGT 대표이사 카와구치 준(川口俊)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HRBP의 일은 비즈니스 문제와 과제를 HR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습니다.

“HRBP에게는 리더의 감정에 공감하고,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리더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에 외롭습니다. 그런 리더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공감하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 그것이 HRBP의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DeNA HRBP, 야마시타 히로(山下裕大)

HRBP가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두가지 관점

DeNA의 HRBP 야마시타 히로는 리더와 비즈니스 과제를 논의할 때 두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단위(스케일)의 관점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업계 수준에서 볼 건지, 전사 차원에서 볼 건지, 사업부 단위로 볼건지, 개인 단위로 볼 건지에 따라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 방법이 전혀 달라집니다.

따라서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할 때에는 지금 이 현안이 어떤 영역에 해당되는 것인지, 더러는 관점의 범위를 확대 혹은 축소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시간의 관점

비즈니스가 실행되는 현장에서는 눈앞의 긴급한 문제나 단기 성과에만 집중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려면 5년, 10년 후의 목표까지 상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급도가 높은 것도 집중해야 하지만, 앞으로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HRBP가 하고 있는 세세한 실무까지는 채 살펴볼 수 없었지만,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HR은 운영과 관리의 영역을 뛰어넘어, 비즈니스와 HR의 영역을 연결하여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조력자의 역할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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